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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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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샤리 (번외) - 압타 한 벌

내가 핸돈마이어에서 본 일이다.

키리에게 퀘스트 완료를 보고하고 돌아오는 길에 항아리를 뒤집어 쓴 노압파템 마도미 하나가 갑자기 달라붙으며 트레이드를 신청해왔다.

난 또 무슨 귀찮은 일에 말려들지 몰라 Esc를 눌러 무시하고 마저 하고있던 퀘스트를 하러 가려했다.

근데 이 거지 법사가 한 두번 거절하면 포기할 법도 한데 '님아 하나만 물어볼게 있어요' 라며 끈질기게 따라 붙는 것이었다.

쉽게 떨어질거 같지도 않고 행색을 보아하니 아라드 대륙에 온지 며칠 안된 초보같기도 하고 해서 잠시 상대해 주기로 했다.

"무슨.. 일이시죠?"

"님아 제가 물건을 샀는데 사기당한게 아닌지 좀 봐주세요."

트레이드를 수락하니 떨리는 손으로 인벤에 꼬깃꼬깃 접어둔 압타를 한 조각씩 창에 얹기 시작했다.

블론드 머리.. 자줏빛 실크 드레스.. 파티 구두 등등.. 마법사용 월하셋이었다.

"님아 이거 제가 루비 월하셋 엘마 정옵이라고 듣고 산건데요 제가 정옵이 뭔지 잘 몰라서 일단 샀는데... 사기당한거 아닌가 불안해서요.."

그럼 법사를 붙잡고 물어봐야지 왜 거너인 나한테 묻는건지 조금 황당했지만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내 입만을 바라보는 나이어린 여자아이의 얼굴을 보니 차마 무어라 할 수도 없었다.

"어디보자.. 지능 지능 상내 상내 메모 회피 이속 물방.. 엘마 정옵 맞는거 같네요."

내 말이 끝나자마자 툭 찌르기만 해도 울음을 터뜨릴것 같던 마도미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꾸벅꾸벅 절을 하더니 다시 인벤에 압타를 쑤셔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방을 끌어안은채 황망히 슈시아의 주점으로 숨어들듯 들어갔다.

주점에 들어선 마도미는 구석으로 가 압타를 한벌씩 입어보기 시작했다.  

풀셋으로 입어보기도 하고 부위별로 입었다 벗었다 하기도 했다.

얼마나 열중했으면 내가 아까부터 쳐다보고 있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것 같았다.

다만 조금 이상한건 머리에 쓴 항아리 만큼은 벗지 않았는데 아무리 취향이라지만 이건 좀 존중해주기 버거웠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줍니까?"

마도미는 깜짝 놀라며 압타를 다시 인벤에 쑤셔넣어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 빗자루를 타고 달아나려 했다.

"싸우자 걸려고 온게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하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한참 머뭇거리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건 해킹해서 얻은게 아니에요. 누가 준건 더더욱 아니구요. 누가 저같은 거지에게 압타를 세트로 주나요. 흰템 하나 받아본 적도 없어요. 무큐 조각 하나 주시는 분도 일주일에 한분 보기 쉽지 않았구요. 아라드 대륙에 처음 온 저는 로리엔과 그란플로리스를 돌며 몹을 잡아 나온 템을 팔아 간신히 십만 골드를 모았습니다. 마도미로 전직한 후 하늘성과 베히모스 그리고 알프라이라까지... 날이면 날마다 팔을 들 힘조차 없을때까지 빗자루를 휘둘러 몹을 잡았어요. 그렇게 해서 나온 템을 팔아 간신히 백만 골드를 모았지만.. 엘마 월하셋이 600만 골드라는 말에 좌절하고 결국 현질을 하고 말았습니다."

여기까지 말한 마도미는 그간 얼마나 서러웠는지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 아이의 손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박힌 그녀의 거친 손이 그 동안 아라드 대륙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힘들고 비참했나 간접적으로나마 상상할 수 있게 해줬다.

"그래도 그렇지 왜 현질까지 해가면서 압타를 지르신건가요. 노압타 각성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상압도 아닌 비싼 월하셋을. 더구나 마도미가 옵션도 안맞는 엘마용 압타를 왜? 그 압타로 무엇을 하려오? 그 압타로 무엇을 하려오?"

"압타 없다고 강퇴당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by 루이즈 | 2008/08/13 01:47 | 트랙백(1) | 덧글(3)
김샤리 (1) - 아낌없이 주는 항아리
샤리는 이제 막 마계에서 아라드 대륙으로 건너온 가난한 마법사 입니다.

원래 살던곳인 마계 '브룩클린'이 더 이상 아무도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려서 마계의 재건을 도와줄 사람을 찾기 위해 이곳에 오게 되었답니다.

케이트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마법의 힘으로 아라드 대륙에 도착해 처음 본 것은 끝없이 높은 하늘과 마찬가지로 끝없이 펼쳐진 푸른 숲이었습니다.

"와~~~ 우와~~~~ 우와아아아아~~~~~~ "

하루종일 어둡고 추운 마계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아름다운 풍경에 샤리는 한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이런 좋은곳을 놔두고 뭐한다고 우중충한 마계에서 버티며 살았는지 조금 억울한 기분마저 들었을 정도였죠.




"살려주세요~"

갑자기 들려온 여자의 비명소리에 샤리는 깜짝놀라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법사님 살려주세요. 고블린들에게 포위당했어요."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나쁜 고블린들을 샤리는 천격 이후 연결되는 3단 공격으로 가볍게 제압했습니다.

"아아..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할지.. 아참 제 이름은 세리아 키르민 이랍니다."

"제 머리위에 떠 있는 느낌표를 클릭하시면 제가 조그만 감사의 선물을 드릴께요."

샤리는 세리아 언니가 시키는데로 머리위의 느낌표를 클릭했습니다.





"제가 고마움을 담아 정성껏 만들었답니다. 이것으로 발을 보호해주세요."

샤리는 처음 받아본 다른사람의 호의에 감동받아 눈물을... 흘리려는 순간 세리아 언니가 옆에 쌓아두고 파는 물건쪽으로 눈길이 갔습니다.

"언니.. 근데 저쪽에 있는 물건들이 더 좋아보이는데..."

"어머 샤리씨 보는눈이 있으시네요. 지금 보시는 이 물건으로 말할거 같으면 노스마이어에서만 나는 풀을 뜯어 먹인 소가죽을 7번 구워 삶아 선선한 바람에 7달동안 말려서 그걸 다시 7번 표면처리를 어쩌고 저쩌고...."

"아... 네... 그렇게 좋은거면 그걸로 주시면 안될까요?"

"오호호~ 샤리씨 정말 잘 고르신거에요. 이런 물건은 아라드 대륙 어딜가도 구하기 힘든건데 역시 마계에서 오신분은 달라~ 에.. 그러니까 이게.. 274 골드 되겠습니다. 모르는 사이도 아니니까 원래 280에 파는거 6골드 깍아드리는거에요. 정말 더 깍으면 남는거도 없다니까요~ "

"네? 돈이요? 아니 덧신말고 이걸로 그냥 주시면 안되요?"

순간 웃는 얼굴 말고는 다른 표정을 지을줄 모를거 같았던 세리아 언니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하아? 지금.. 뭐라고 하셨죠?"

"그러니까 덧신대신 이걸로.."

"이게 가격차이가 얼만지 알고 하는 소린가요? 이걸 맨입으로 내노라고? 누군 땅파서 장사하는줄 아나? 엉? 마계에서 그렇게 막나가라고 가르쳤어?"

"하.. 하지만 제가 목숨을 구해드렸는데..."

"그러니까 덧신 줬잖아! 하루에 마계에서 오는 꼬마가 몇명이나 되는지 알아? 그거 일일이 다 나가서 챙겨주는것도 피곤해 죽겠는데 덧신까지 만들어줬잖아! 그러면 됬지 더 뭘 내노라고? "

"아.. 아니에요. 죄송해요. 저 이만 가볼께요 ㅠ_ㅜ"

샤리는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성질을 내는 세리아 언니가 너무 무서워서 세리아가 손수만든 덧신을 신어볼 틈도 없이 도망치듯 게이트를 빠져나왔습니다.





동전 한닢 없이 아라드 대륙으로 건너온 샤리는 죽어라고 던전을 돌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돈없는 사람을 반갑게 맞아줄 사람은 마계나 아라드 대륙이나 한 명도 없다는걸 깨닫게 되는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죠.

첨엔 로리엔의 두 발로 걷는 소를 잡는걸로 시작해 나중엔 그란플로리스 숲의 짐승들, 하늘성의 갑옷괴물, 베히모스의 변태문어까지..

가늘디 가는 팔다리로 무거운 지팡이를 휘둘러가며 몹을 잡아 나온 아이템을 팔아 한푼한푼 모았습니다.

죽을뻔한 고비야 세지도 못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야 말할것도 없구요.





이런 샤리에게도 친구가 생겼습니다.

아니 주웠다고 하는 표현이 더 어울릴까요.

아린의 항아리 모자라는 친구인데 던전을 돌다가 언제였는지도 모르게 샤리의 인벤에 들어가 있었던걸 한참 뒤에야 깨달았답니다.

항아리 모자는 샤리가 혼자라는 사실을 잊게 해주는 다정하고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외롭거나 심심할땐 항상 말상대가 되어줬고 힘든일이 있으면 몸을 아끼지 않고 도와주었죠.



"너무 더워.. 근처에 선선한 그늘 없을까."

"저를 머리에 써보세요. 버드나무 그늘만큼은 아니지만 햇빛을 피할수는 있답니다."

샤리는 아린의 항아리 모자 덕분에 얼굴이 타지 않았습니다.


"이제 지쳤어.. 더는 못움직이겠어."

"그럼 저를 바닥에 깔고 앉으세요. 푹신한 의자만큼은 아니지만 잠시 쉬는데는 충분하답니다."

샤리는 아린의 항아리 모자를 깔고 앉아서 스테미너를 회복했습니다.


"며칠째 포션 몇병밖에 못빨았더니 너무 배고파.. 하지만 모자야 이번만큼은 너도 날 도와줄 수 없을거같네."

"제 몸을 좌우로 열심히 흔들어보세요. 한참을 흔들면 굉장한 아이템이 나온답니다."

"응? 정말? 배가 너무 고픈데 맛있는것도 가능할까?"

"저만 믿으시라니까요. 절~~대 꽝은 없습니다."

샤리는 혈중 포도당 농도가 떨어져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항아리를 잡고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딸랑딸랑딸랑딸랑-

한참을 흔들자 항아리 안에서....

.... +1 낡은 실키안 셔츠가 나왔습니다.

샤리가 실망과 허탈함이 가득한 눈초리로 아린의 항아리 모자를 째려보자 모자는

"...꽝이 있을수도 있죠."

라고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습니다.

by 루이즈 | 2008/08/03 22:58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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